[자작시]불나비 불나비 불구덩에 뛰어들어 타는 것은 몸이 아닌 양 날개에 가득한 염원훌훌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라 더욱 밝게 빛나라내 가슴으로 한아름 끌어안을 테니멍청하게 뛰어든다 한심하다 하지 마라너희가 좇는 것은 진공관 속 필라멘트이지 않은가 나비가 되기를 원했던 나방이었던가강렬하게 불타오르는 그곳에 도달하길 원했던가이미 불 그 자체이지 않은가 별이여, 아름다운 눈물되어 두 손에 닿을 별똥별이 되어라 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2025.02.04
[자작시] 위로 위로 진눈깨비 휘몰아치며나뭇가지 툭툭 꺾이는 소리가 들리는그런 무거운 밤이면 그대의 아랫목에 품기어생명의 고동소리를 들으며편안히, 고통의 나를 눈감기고 싶습니다. 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2025.02.04
[자작시] 효월보고서(曉月報告書) 효월보고서(曉月報告書) 과거와 미래의 몽한 경계가거뭇거뭇 드리울 때 그제야 노인은부스스한 머리를 군청 모자로 푹 눌러 가리고빗자루 한 손에 쥐어 옹그라진 몸 이끌며거리로 나온다 노을빛 머금은 가로등은태양 아니지만고고한 온정 달빛이 조각조각 부스러져월백의 잔해가 소복이 쌓인 밤이다 노인의 비가 사르르 지면에 스치면사람들이 잔뜩 젖어 뚝뚝 흘리고 간 눈물땀이 흩어져 오른다.반짝 달빛 섞여 올라간 그것은이제는 유려하게 하늘을 장식하는 누군가의 꿈 노인은 사악삭 흰 눈으로 덮인 거리를 쓴다사악삭 누군가가 걸었을 달길을 쓴다사악삭 모두가 지나갔을 달밭을 쓴다 군청 모자 벗어 눈가의 것을 스윽 닦는다노인의 희읍스름해진 머리가 달을 닮아간다 가로등 빛이 보유스름해지고저 멀리 오늘이 슬렁슬렁 일어나면노인은 누군가의 시.. 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2025.02.03
[자작시] 소극적 지식인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H9m6mfeeakU 소극적 지식인 역겨움이 몰려와 안과 밖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누구를 향한 역겨움인지 분노인지 실망인지 모를 감정으로 뒤덮여버려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이렇게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뿐이라 입에서 나오는 것은 한숨도 기침도 아니고 바른말은 더더욱 아닌 헛구역질뿐이다. 육두문자 내뱉으면서도 그게 결국 대상이 누구인지 모호해져 스스로의 가슴을 마구 찌른다. 울컥 눈물이 솟구치지만 그 눈물 마저도 누구를 위해 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져버려 위선뿐인 모습에 서둘러 눈물을 닦아버리고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척 녹아버린다. 녹아들면 녹아들수록 본래의 형체를 잃어가 처음의 그 때탄 순수함은 어.. 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2025.02.01
나는 네가 나는 네가 꽃은 모든 것을 품는땅이 되고 싶다.땅은 이파리를 스치는바람이 되고 싶다.바람은 빛으로 쓰다듬는태양이 되고 싶다.태양은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강물이 되고 싶다.강물은 열정을 다하여 솟아나는꽃이 되고 싶다. 나는 네가너는 내가우리는 우리가 되고 싶다. 동시 느낌으로 지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적은 시입니다. 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2025.02.01
버스 버스 최도하 창 밖에 보이는 버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올라타고 싶습니다 달리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어 그대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느끼고 싶습니다 차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그대의 얼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그대의 품 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달려가는 버스는 더욱 그립게 만듭니다 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