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혹 상대방을 욕할 때 멸칭으로써 ‘정신병자’라는 말을 쓰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본인을 향한 욕설이 아님에도 상처를 받는다. 정신병을 앓는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사람들은 아픈 것을 굉장한 약점이자 오점이라고 여긴다. 정신뿐만이 아니라 다리를 다쳐도 다리 병신이라고 깎아내려 말하기도 하니 말이다. 정신병은 특히 더 심하다. 정신 건강에 대한 수많은 편견에 의해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의지가 부족해서, 어딘가 모자라서 걸린 것이라고 여겨진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프다는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그것이 많은 정신 질환자의 설움일 것이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정신병자’가 아니다. 그들은 전투가다. 매 순간 질병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전투가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르겠는가. 그들은 매일매일을 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당장 내 머릿속에서 죽으라고 하는 목소리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설거지 하나를 하는지가 중요할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너무 우울해서 양치도 안 한대. 너무 더럽지 않아?’
‘친구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너무 우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단다.’
- 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나온 대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모두 생존자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전투에서 이기고 있는 생존자다. 이에 나는 그들의 상태가 어떠하든 일단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살아있는 매초가 얼마나 노력이 많이 드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 전투가 중 하나인 나의 생존기를 기록해 볼까 한다. 정신 전투가들의 힘든 점 중 하나는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외로움과 겹칠 때 그 절망감은 거대해진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를 위해서도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나 여기 있다’ 외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치료 과정에 대한 에세이일 수도 있고 정보 글일 수도 있고 관련된 매체를 보고 감상을 쓸 수도 있다. 어떤 형식을 갖춘 글이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