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하의 글쓰기/낙엽과 시집

[자작시] 효월보고서(曉月報告書)

MR.Ree 2025. 2. 3. 22:21

 

효월보고서(曉月報告書)

 

과거와 미래의 몽한 경계가

거뭇거뭇 드리울 때

 

그제야 노인은

부스스한 머리를 군청 모자로 푹 눌러 가리고

빗자루 한 손에 쥐어 옹그라진 몸 이끌며

거리로 나온다

 

노을빛 머금은 가로등은

태양 아니지만

고고한 온정

 

달빛이 조각조각 부스러져

월백의 잔해가 소복이 쌓인 밤이다

 

노인의 비가 사르르 지면에 스치면

사람들이 잔뜩 젖어 뚝뚝 흘리고 간 눈물땀이 흩어져 오른다.

반짝 달빛 섞여 올라간 그것은

이제는 유려하게 하늘을 장식하는 누군가의 꿈

 

노인은 사악삭 흰 눈으로 덮인 거리를 쓴다

사악삭 누군가가 걸었을 달길을 쓴다

사악삭 모두가 지나갔을 달밭을 쓴다

 

군청 모자 벗어 눈가의 것을 스윽 닦는다

노인의 희읍스름해진 머리가 달을 닮아간다

 

가로등 빛이 보유스름해지고

저 멀리 오늘이 슬렁슬렁 일어나면

노인은 누군가의 시간을 한 아름 안아 들고

한 줌의 별빛을 누군가를 위해 휘익 흩뿌린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태양

희뿌연 달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